휴가 나와서 마음이 무거워지다

선배의 CPA 합격 소식을 들었다. 참으로 축하할 일이지만 얼굴들이 교차한다. 사회는 너무나도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데 나만 철부지 어린 시절에 정지해 있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들, 해야 마땅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 보인다. 당장 전역하면 3학년이고 어영부영 하다보면 금세 졸업학년일 것이다. 무언가 준비를 해야 하는데 자꾸 튀어오르는 안일함과 근거없는 자신감이 주적이다. 군대라고, 군인이라고, 내 시간은 정지해 있다고 생각지 말자꾸나. 여전히 흘러가는 것은 시간이고 군대라는 곳은 그리 꽉 막힌 공간도 아니다. 준비하여야겠다. 준비. 준비. 준비를. 준비를 하여야겠다. 이제 철부지 시절은 다 지나간 것이다. 위기감이 엄습한다. 두렵다. 자신도 없다. 하지만 한다. 그게 용기니까. 두려움을 무릅쓰고 나아가는 것이 용기 아니겠는가.

by 영하 | 2009/09/05 10:38 | 미분류 | 트랙백 | 덧글(2)

벌써 6개월

엊그제 입대한 것 같은데 벌써 반 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먼저 군대를 간 친구들은 이제 상병 말이니 또는 병장이니 또는 곧 전역이니 하는데 나는 이제야 갓 일병을 달았다. 남의 군생활은 빠른 법이라더니 과연 그런가 보다. 안에서야 밖이 항상 그리운 법이라지만 밖에서는 그저 오랜만에 찾아오는 누군가일 뿐이겠지 싶다. 그저 그렇게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가는 법인가 보다. 나를 위하여 준비된 사람들이 아닌 만큼 과히 섭섭함을 느끼지 않게 하여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곧 달력의 숫자를 까맣게 칠해가며 집에 갈 날을 기대하는 나의 모습도 볼 수가 있겠지. 그리 길지 않은 데다, 할 일도 해야할 일도 하고싶은 일도 많으니까. 일병 정기 휴가중에.

by 영하 | 2009/09/03 12:55 | †잡담 | 트랙백 | 덧글(0)

신고합니다!

필승! 이병 송철규는 2009년 6월 26일부터 동년 동월 28일까지 해병대 제2사단 5연대 2대대로부터 이병 위로 외박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필승!

by 영하 | 2009/06/27 05:46 | †잡담 | 트랙백 | 덧글(5)

커피 예찬.

요사이 정말이지 한창 빠져 있는 커피.

커피값 좀 줄여보겠다고 모카포트를 구입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생두를 구입해 로스팅하고 있습니다.

Imperia의 2컵짜리 모카포트로 처음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서
이제는 집에서도 저렴하게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하던 것이
아직 뇌리에 선명한데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모양입니다.

에스프레소의 그윽한 아로마와 찐득하고 달콤쌉쌀한 매력에 푹 빠져
좀더 진한 에스프레소를,
좀더 두꺼운 크레마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것마저 엊그제 일이건만.

우연히 핸드드립에 맛을 들이고 나서는,
에스프레소는, 그러고 보니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더라?

생두의 종류,
생두의 보관,
로스팅 정도,
로스팅 후 경과된 시간,
원두의 보관,
원두의 양,
원두의 분쇄도,
드리퍼의 종류,
드리퍼의 재질,
예열의 유무,
물의 양,
물의 온도,
물줄기의 굵기,

날씨,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기분으로.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변수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애정이 함유되어 있는가 하는 것.
추운 겨울밤, 도서관에서 나와 찌뿌둥한 몸을 달래며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함께 하던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가 달콤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두근두근, 크리스마스 이브날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며
자신 앞에 펼쳐진 장난감 세상에 어쩔 줄 몰라 기뻐하는 어린아이처럼
커피는 항상 새롭습니다.

오늘도 새로운 날입니다.
이제는 홈 로스터!

남태평양의 뜨거운 여유가 느껴지는 파푸아 뉴기니 SIGIRI A를 받아들고,
첫 로스팅을 할 때의 기분이란, 설렘.

커피는 로스팅 후 약 3-5일이 경과한 후가 가장 맛있습니다.
초보 로스터답게 얼룩덜룩 바둑이가 된 원두를 바라보며 얼른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은,
행복한 기다림입니다.

by 영하 | 2008/12/26 19:41 | †잡담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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