辯神論의 問題 : "神이 있다면, 과연 惡은 어디에서 오는가?"

───세계 내에 현존하는 악의 문제 앞에서 과연 신은 변호될 수 있는가? 우선, 신이란 무엇인가? 신이란 '궁극적 실재(ultimate reality)이다. 궁극적 실재라 함은 다른 어떤 것에 의해서도 치환될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각 개인마다 다른 고유의 신을 섬기고 있다면 그것은 궁극적 실재, 즉 신이라고 이름할 수 없다. 신은 무한하며 가장 실재적이다. 안젤무스는 신을 '그보다 더 큰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어떤 존재'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조작적인 개념으로서의 신이 아니라, 인간 이성에 내재되어 있는 한계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인간의 지식과 이성 자체가 고도로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여전히 가장 큰 것 이상으로 커다란 것을 알 수는 없다.

신은 가장 확실하고 무한한 정초된 존재이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근거가 되는데, 이 세계 속에서는 실제적으로 악이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신을 궁극적인 선(善)으로 바라보는 신관이다. 이러한 신관 하에서는 '악한 것'이란 바로 신을 거역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세계 속에는 실질적으로 악이 존재하므로 '악'의 근원은 신이라는 결론에 필연적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다. 과연 '궁극적 선'이라고 여겨지는 신에게서 '악'이라는 것이 도출될 수 있는 것인가? 이것은 불가능함이 자명하다.

따라서 여기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한 가지뿐이다. 우리가 '악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신적인 입장에서는 악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왜냐하면 신은 전지전능하고 무한한 존재이므로 신이 실수를 하거나, 감히 인간이 신을 거역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악귀나 사탄 등의 악한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신보다 큰 것일 수 없는 것이며 그것들 역시 신의 뜻을 거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함'과 '악함'의 구별은 단지 인간의 분류일 뿐이다. 여기서 변신론의 문제는 폐기된다. 신이 고작 유한한 존재일 뿐인 인간에 의해서 변호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더이상 신이라 이름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이러한 신의 속성이 과연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은 악의 현실 앞에서 고민하는 주체이다. 아무리 신의 속성에 의해서 악의 존재 자체를 세계 내에서 말소해 버린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인간의 입장에서는 악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인간의 차원에서, 여전히 변신론의 문제는 유효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차원에서 변신론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가? 이것은 신이 인간에게 갖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인간이 힘들고 슬프다는 감정을 가질 때, 즉 인간이 악의 현실 앞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에 신은 인간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조용한 장소나 성당 등에서 기도를 올려 본 적이 있는가? 혹은 신을 향해서 욕설을 퍼부었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누구나 신에게 기도를 하고 난 다음에는 마음이 평온해짐을 인간은 느낀다. 그리고 그 곳에서 신의 사랑을 느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관계와 소통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화가 나거나, 슬픔에 빠졌을 때에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기를 원한다. 만일 격심한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마음 속에만 담아둔다면 그것은 필시 병으로 나타날 것이다. 여기에 핵심이 있다. 우리는 신을 소통의 대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카타르시스(katharsis)'라는 단어는 '정화' 또는 '배설'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우리는 신을 향한 기도(혹은 욕설도 괜찮다)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우리 속에 머물러 있던 온갖 부정의 감정을 신에게로 배설하는 것이다.

신을 어떤 식으로 정의하든, 그것은 인간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임에 틀림없다. 신이 이러한 감정의 배출구로서 의미있는 것은 신이라는 존재는 인간과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당신이 매우 화가 났다고 해 보자. 그런데 당신이 행인을 붙잡고 욕설을 퍼붓는다면 당신은 십중팔구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신은 어떠한가? 신에게 아무리 기도를 올려도, 혹은 욕설을 퍼붓는다고 해도 신은 단 한 마디도 되돌려주지 않는다. 억눌려져 있던 온갖 부정적 감정은 그대로 허공으로 흩어져,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인간은, 인간의 문제에 대하여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단지 존재할 뿐인 신의 위대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이 세계속에 만연하는 악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있어서 신의 의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by 영하 | 2008/01/25 01:10 | †종교학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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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야지 at 2008/01/25 01:12
명하님 박사학위 언제 따셈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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